도파민네이션, 애나 렘키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고, 바닥을 치고 있을 때 그런 부족한 나를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시간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찾고, 고통과 어려움을 견디고 인내했을 때 결국에는 인생의 값진 의미를 발견하게 되고, 기쁨과 성취를 느낄 수 있었다.
고통이 있으면 기쁨이 있고, 기쁨이 있으면 고통에 대비해야 된다는 걸 오롯이 인생에서 부딪히며 경험하고 깨달았다. 그간 철학적으로 해석했던 깨달음이, 고통과 쾌락은 뇌의 같은 영역에서 처리된다고 뇌과학에서 설명될 줄은 몰랐다. 놀랍다.
20대 시절에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를 몰라 고민하고, 그것을 찾아 삶의 터전을, 직업을, 직장을 선택했는데, 돌이켜보면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도 영향이 있겠지만, 끝에 가서 결국은 내가 어떤 고통을 받아들이고 감수할 수 있는지가 내 선택의 지속성을 결정했던 것 같다.
그간 그토록 직업을 바꾸고 직장을 옮겨가며 정착을 못했던 내가, 지금 하는 일을 워크홀릭하며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과거 견디기 힘들었던 사람 스트레스(업무가 루틴하고 여유가 있으면 사람들이 모여서 그룹을 만들고 뒷말이 많았다) 보다는 일 스트레스(일이 많아서 사람들과 업무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다)가 더 감내할 수 있기 때문인 것처럼 말이다.
장동선 뇌과학자는 말했다. 우리 인생의 길잡이는 고통이라고. 고통과 괴로움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삶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삶의 즐거움과 기쁨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서는 적당한 고통을 마주하며 균형 있는 삶이 필요하다.
쾌락과 고통의 관계가 왜 중요할까? 우리가 세상을 결핍의 공간에서 풍요가 넘치는 공간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뇌의 보상 경로에 도파민이 많을수록 경험의 중독성은 커진다... 뇌가 쾌락과 고통을 같은 곳에서 처리한다는 사실이다..
균형 찾기는, 욕망의 과학을 발견의 지혜와 결합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넓게 봤을 때 중독은 어떤 물질이나 행동이 자신 그리고/혹은 타인에게 해를 끼침에도 그것을 지속적·강박적으로 소비·활용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정신적 외상, 사회적 격변, 가난도 중독의 위험을 높인다.
전 세계 사망의 70퍼센트는 흡연, 부족한 신체활동, 불균형한 식습관처럼 개선이 가능한 위험한 행동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아이들을 거짓으로 칭찬하고 현실을 감추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인 탓에, 아이들이 참을성이 떨어지고 권리만 더 내세우며 자신의 성격적 결함에 무지하게 된 건 아닌까? 우리가 아이들이 원하는 걸 다 들어준 탓에, 새로운 쾌락주의 시대를 조장하게 된 건 아닐까?
적당한 고통과 염증은 자연이 가장 현명한 용도로 사용하는 치료 수단이다.
지루함은 발견과 발명의 기회가 되기도 해요. 새로운 생각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공간을 만들죠. 그게 없으면 우리는 주변 자극에만 끊임없이 반응하게 될 거에요.
우리는 전에 없던 부와 자유를 누리고 기술의 진보, 의학적 진보와 함께 살아가면서 과거보다 불행하고 고통스러워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모두 너무나 비참한 이유는, 비참함을 피하려고 너무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이다.
쾌락과 고통이 뇌의 같은 영역에서 처리되며... 쾌락과 고통은 저울의 서로 맞은편에 놓인 추처럼 작동한다.
저울이 쾌락 쪽으로 기울어질 때마다, 저울을 다시 수평 상태로 돌리려는 강력한 자기 조정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어떤 쾌락 자극에 동일하게 혹은 비슷하게 반복해서 노출되면, 초기의 쾌락 편향은 갈수록 약해지고 짧아진다. 반면 이후 반응, 즉 고통 쪽으로 나타나는 반응은 갈수록 강하고 길어진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을 신경 적응이라 부른다.
쾌락을 느끼기 위해 중독 대상을 더 필요로 하거나 같은 자극에도 쾌락을 덜 경험하게 되는 것을 내성이라고 한다.
쾌락 자체를 좇는 쾌락주의가 그 어떤 쾌락도 느끼지 못하는 쾌락불감증에 걸린 셈이었다.
우리가 기대한 보상을 얻으면, 뇌에서 발화한 도파민은 기준선을 넘어서 증가한다. 반면 우리가 기대한 보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도파민 수준은 기준선 밑으로 떨어진다..
도박을 유도하는 것은 금전적 이득보다는 보상 발생의 예측 불가능성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좋아요'나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얻기 불확실하다는 점이 '좋아요' 그 자체만큼 우리를 흥분시킨다.
.. 결과적으로 지금의 우리는 더 많은 보상을 얻어야 쾌감을 느끼고, 상처가 덜하더라도 고통을 느낀다.
절제는 항상성, 그리고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덜 강한 보상에서 쾌락을 얻는 능력을 회복하는 데 필요하다.
생각, 감정, 고통을 비롯한 감각을 떠나서 자신을 살펴볼 기회죠. 이렇게 하는 걸 마음 챙김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마음 챙김은 우리의 뇌가 뭔가를 하는 동안 뭘 하고 있는지를 재지 않고 관찰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고통스러운 감정에서 벗어나려 하지 말고 이를 인내하고 받아들이라는 것이 마음 챙김의 가르침이다.
우리가 강박적 과용을 완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신과 중독 대상 사이에 장벽을 만드는 방법이 바로자기 구속이다.
자기 구속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물리적 전략(공간), 순차적 전략(시간), 범주적 전략(의미).
물리적 자기 구속. 우리의 접근을 제한하는 잠금 상자부터 오피오이드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제, 위를 줄이는 수술에 이르기까지, 물리적 자기 구속은 오늘날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순차적 자기 구속. 시간적 기회를 줄이고 사용에 한계를 둘 수 있다... 또는 시간 자체보다는 중요한 사건이나 목표 달성을 기준으로 자신을 구속할 수도 있다..
흡연을 더 할수록, 니코틴에 더 기댈수록, 미래의 보상을 폄하하는 경향이 발견됐다... 오피오이드에 중독된 연구 참가자들은 미래를 평균 9일로 나타냈고, 건강한 대조군은 미래를 평균 4.7년으로 나타냈다. 이 현저한 차이는 우리가 중독성 있는 물질에 지배를 받고 있을 때 시간적 시야가 얼마나 좁아지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해서 알아내거나, 답을 찾는 동안 좌절하거나, 자신이 바라는 걸 기다려야 하는 습관을 잃고 있다.
범주적 자기 구속. 자신에게 허락하는 하위유형, 그리고 허락하지 않는 하위 유형으로 나누는 것이다.
고통 마주 보기.
우리는 고통을 찾아내어 삶에 끌어들여야 한다.
두 가지 고통이 신체의 다른 부위에서 동시에 일어나면, 상대적으로 강한 고통이 다른 고통을 약화시킨다.
여러 불편한 상황 속에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불편한 감점이 생기고, 그럼으로써 그 행위를 견디는 능력이 향상된다.. "나를 해하지 않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있는 그대로 말하다.
근본적인 솔직함은, 자신의 결점을 노출하고 어떠한 결과를 감수하면서 있는 그대로 말하기는, 중독에서 벗어나는 데 필수적일 뿐 아니라 균형 잡힌 인생을 살아가려는 이들에게 중요한 전략이다.
솔직하게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행동이 정리되고, 그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 행동이 의식적 인식 밖에서 자동적으로 이루어질 땐 특히 그렇다.
내 주변 환경을 신경 쓰는 데 더 이상 얽매이지 않으니 활기가 생기고, 균형이 잡혔으며, 실제 세상의 자연성과 나만의 타고난 본성에 유대감을 갖게 되었다.
있는 그대로 말하기는 여유 있는 사고방식으로 이어진다... 세상이 질서 있고 예측 가능하며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수치심의 역설.
수치심이 우리 자신을 나쁘게 느끼게 하는 감정이라면, 죄책감은 긍정적인 자아를 지키면서도 자신의 그릇된 행동을 인정하는 감정이다. 수치심은 부적응적 감정, 죄책감은 적응적 감정인 셈이다.
자녀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하다가 잘못했을 때라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잘못을 기꺼이 인정해야 한다. 창피함을 받아들이고 기꺼이 개선해 나가야 한다... 우리 집에서는 누구나 실수를 해도 영원히 비난받거나 버림받지는 않을 것임을 우리는 가족으로서 함께 확인했다.
우리가 모든 방면에 뛰어 날 수 없고,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아는 일이 중요하며, 그래야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상호 간의 솔직함은 수치심을 없애는 동시에 친밀감을 길러준다.
친화적 수치심은 자기애의 거친 면을 부드럽게 만들고, 우리를 지탱하는 사회적 연결망에 더 가까워지도록 하며, 우리의 중독 경향을 억제함으로써 긍정적이고 건강한 효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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