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유노트/읽고끄적

[Book] 편견과 차별, 현실은 더 잔인하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by 꿀꿀달달 2023. 11. 29.
728x90
반응형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이 책을 읽는 동안 전반적인 느낌은, 소설이라 술술 읽어내려갈 줄 알았는데 쉽지가 않았다. 몇 번을 멈췄다가 다시 읽었던 것 같다.
 
현실은 너무나 잔인했다. 읽는 내내 전해지는 흑인들의 노예로서 삶은 정말 참담했다. 흑인 차별, 노예해방운동, 미국 남북전쟁 등 명백한 사실이고 역사이지만, 그것이 어떤 것인지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사고 팔아지는 물품으로서, 또 사육되는 가축으로서 취급되고 학대받는, 상상 이상의 현실을 처절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소설이지만 그 어떤 현실보다 더 현실이었고, 그것은 잔인 그 자체였다. 읽는 내내 그리고 읽고 난 후에도 내내 먹먹했다.
 
(미국 남부는 크나큰 땅덩어리에서 목화를 재배하고 있었고, 값싼 노동력이 필요했다고 한다. 노예제를 만들고 그들은 정당화하려 했다. 그리고 미국 북부가 노예제 폐지를 주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산업화의 물결로 공업이 발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북전쟁이 발생한 이유도 노예제 폐지는 남부의 사람들에게는 삶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백인 주인들은 흑인 노예들을 물건으로 취급하며 그들의 생명과 삶을 통제했고, 흑인 노예들은 그들 간에도 우열을 나누고 서로를 괴롭히기도 한다. 그 와중에 노예들은 자유를 찾아 탈출하고자 하고, 그들의 자유와 해방을 도와주는 조직이 있었고, 그 조직에는 백인들도 존재한다. 세상은 정말 하나로 설명이 안된다. 사악한 사람이 잘 살기도 하고, 선량한 사람이 억울한 죄와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현실은 마구잡이라고 소설은 말한다.
 
이쯤 되면, 코라가.. 시저와.. 아니 로열과.. 자유를 찾고, 안정된 삶을 찾고 정착하겠지, 기대할 때마다 번번이 나의 기대를 무너뜨리고ㅡ코라를 도와준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하며ㅡ코라는 또 다른 절망과 좌절을 맞닥뜨린다. 마지막까지도 실낱같은 희망을 기대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코라의 여정이, 이것이 현실이라면 정말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주는 메세지는 너무나 묵직했다.. '기차가 내달릴 때 바깥을 보면 미국의 진짜 얼굴을 알게 될 거야'. 소설을 읽으며 반복적으로 나왔던 이 문장. 미국 독립선언문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고 천명한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문장은 사실인가? 하고 작가는 묻는다. 현실은 인종을 구분하고, 우열을 구분하여 생명을 함부로 다루고 자유를 없애고 통제하려 하고, 그들의 행복을 빼앗아 간다.
 
인종 문제는, 미국만 겪은 문제가 아니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 거의 모든 나라에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나치가 있고, 지배/피지배의 역사인 한국과 일본이 있다. 그리고 오늘날 인간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노예제가 폐지된 지 200년이 지난 지금도 인종 갈등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난다. 인종 갈등을 넘어 성별, 세대, 종교, 정치적 다름은 현재에도 맞닥뜨린 우리의 과제이다. 
 
우리는 누구나 편견을 갖고 있다. 그것은 서로가 역사적, 사회적 경험이 다르고, 문화적, 종교적 분위기가 다른 배경에서 성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한 편견으로 차별과 적대감은 사회적으로 구조화되고 뿌리깊이 남는다. 하지만, 그것과 맞서 싸우며 도전하여 변화하고 진보하는 대중 의식은 항상 존재해 왔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원칙과 표준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와 다른 것, 약자를 포용할 수 있는 관용이 우리 사회에는 필요하다. 올바르게 살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나의 에너지를 이런 곳에 써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러지 않으면 무의식 속에 편견이 박힌 대로 살아가게 될 것 같다. 내가 죄를 짓는다는 것도 모른 채로.
 



아자리
그렇게 여러 번 팔릴 때 세상은 눈치라는 것을 가르쳐준다. 아자리는 새 농장에 빠르게 적응해서, 그저 잔인한 사람들과 작정하고 검둥이를 괴롭히는 악질들을, 성실한 사람들과 게으름뱅이들을, 비밀을 지키는 이들과 밀고자들을 구분하는 법을 배웠다.
 
조지아
백인들은 지도상에 나와 있는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부지를 두고 판사들 앞에서 다퉜다. 노예들은 자기들이 굴릴 조그마한 땅뙈기를 두고 그에 못지않게 살벌하게 싸웠다.
 
주술은 도망갈 마음을 품은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인가, 아니면 경계선을 넘어간 모든 흑인들에게 적용되는 것인가
 
노예제도 반대 인쇄물은 여기서는 불법이었다. 조지아와 플로리다로 내려온 노예제 폐지론자들과 동조자들은 군중에게 매질과 공격을 당하고 혼쭐이 나서 쫓겨났다.
 
백인들이 당신을 잡아먹지만 때로 흑인들도 당신을 잡아먹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코라는 대농장에서 시체를 보란 듯이 걸어놓으면 그 살점들을 뜯어먹던 독수리들이 떠올랐다.
 
이번 주부터 여기 주 일부 사람들에게는 의무 사항이 될 거예요. 아이를 두 명 이상 출산한 적이 있는 흑인 여성은 산아제한의 명목으로 그렇고요. 정신지체자나 여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도, 이유야 분명하겠죠. 상습 전과자들도요.
 
마치 그 여자들이 그들이 원하는 대로 처리할 수 있는 재산이라는 것처럼. 앤더슨 부인은 우울증이 심했다. 그래서 부인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가? 부인의 주치의도 부인에게 똑같은 제안을 했을까? 아니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세상의 진짜 모습에 대해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 듣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었다... 진실은 당신이 보지 않을 때 누군가에 의해 뒤바뀌는 상점 쇼윈도의 진열과 같았다. 그럴싸하고 결코 손에 닿지 않는.
 
코라는 백인들이 여자와 아이들을 죽여서 그 종족의 미래를 씨앗부터 말살해버리는 대학살의 효율성을 자랑스레 얘기한다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의 아기를 뺏어 간다는 건 바로 그런 것 ㅡ 미래를 훔쳐 가는 것이었다.
 
미국은 아프리카 사람들을 너무 많이 수입하고 자손을 퍼뜨려서 이제 많은 주에서 그들이 백인의 수를 앞질렀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노예해방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흑인 이주자들과 그 후손에 대한 자료를 수십 년 모으면 역사상 가장 두드러지는 과학적 과업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버트럼은 말했다. 조직적 불임, 전염성 질병에 대한 연구, 사회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시술의 완성
 
그들은 그들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관해 백인들의 통제와 명령에서 벗어났다고 믿으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자기 앞가림을 잘해나가고 있다고 믿으면서,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이리저리 옮겨지고 길들여지고 있었다. 전처럼 단순히 물품으로서가 아니라, 가축이 되어서. 사육되고 거세되고 있었다. 
 
노스캐롤라이나
왜 하찮은 노예 둘이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풍요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새 삶이 바로 주 경계선 너머에, 그렇게 가까이 있었겠는가?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백인들의 수가 노예보다 두 배 많았지만, 루이지애나와 조지아에서는 백인과 노예의 수가 거의 똑같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 경계만 넘어도 흑인의 숫자가 백인의 숫자를 100만 명 정도 앞섰다. 노예들이 사슬을 끊고 자유를ㅡ또한 응징을 찾아 나설 때, 그다음 벌어질 일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그저 단순히, 이윤이 더 많아지고 검둥이들은 더 적어지는 것이었다. 진짜 문제는 누가 이 빌어먹을 목화를 다 딸 것이야는 것뿐인데, 왜 그들이 이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노예들의 봉기와 의회 내에서 북부의 영향력을 걱정해야 하는가?
 
노스캐롤라이나 정부는 수십 년 전 노예제를 폐지했던 영국이 그랬던 것처럼 기존의 노예들을 농장주들에게 상당한 값을 주고 사들였다.. 
새로운 인종법은 흑인 남녀가 노스캐롤라이나 땅에 발을 붙이는 것을 금지했다. 
 
자유란 어떻게 바라보는냐에 따라 바뀌는 것이었다. 숲을 가까이서 보면 나무들로 빽빽하지만 바깥에서, 텅 빈 초원에서 보면 그 진짜 윤곽을 볼 수 있는 것과 같았다... 대농장에서, 그녀는 자유롭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바람을 쐬고 여름 별을 바라보면 제한 없이 움직였다. 작음 안의 큰 곳이었다. 여기서, 그녀는 주인에게서 자유롭지만 일어설 수도 없는 작은 토끼장 속을 살금살금 돌아다녔다.
 
이제 도망쳐 이 나라를 조금이나마 본 이상, 코라는 그 문서가 일말이라도 사실을 담고 있기나 한지 의심스러웠다. 미국은 어둠 속의 유령이었다. 코라처럼
 
사람들은 늘 무언가를 어쩌가 오해하게 되는 만큼이나 의도적으로도 오해했다. 
 
테네시
코라의 손실 목록에서 사람들은 액수로 축소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친절함으로 배가되었다. 코라가 사랑한 사람들, 그녀를 도왔던 사람들. 호브의 여자들, 러비, 마틴과 애설, 플레처, 사라진 사람들ㅡ시저와 샘과 럼블리
 
테네시는 저주받았다. 처음에 코라는 테네시의 참화ㅡ화재와 질병ㅡ를 정의와 연관시켰다. 백인들이 치러야 할 대가를 치른 것이었다. 코라의 민족을 노예로 만들고, 다른 인종을 학살하고, 바로 이 땅을 훔친 대가.
 
대농장에서 정의란 비열하고 늘 같은 것이었지만, 세상은 마구잡이였다. 세상 밖으로 나와보니 사악한 자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을 피해 가고 선량한 사람들이 채찍질 나무에 대신 서 있었다.
 
시저
남부에서는, 검둘이들을 죽이는 문제에 있어서는 전혀 인내심이 없었다..
코라는 여행길에 기니고 가는 토끼 발이 아니라 기관차 그 자체였다. 코라 없이 그는 할 수 없었다.
코라는 하나부터 열까지 벗어난 사람이었고, 길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 벌써 오래전에 이곳에서 탈출한 사람 같았다.
코라와 함께라면 그는 집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인디애나
독립선언문은 지도 같아요. 그게 맞다는 것을 분명히 믿어도 밖으로 나가서 직접 확인해 봐야지만 알 수 있거든요
 
코라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거짓된 약속에 너무도 쉽게 넘어갔다. 이제는 코라의 냉소적인 부분이 날마다 축복이 펼쳐지는 여기 밸런타인 농장의 보물들을 거부했다. 
 
이 역이 노선의 시작이 아니라 종착역라면. 작업이  이 집 밑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검은 구멍의 반대편에서 시작된 거라면. 세상에는 뛰어나올 곳만 있지, 뛰어들 곳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로열은 태어나 처음 숨을 쉰 순간부터 자유 속에 있었다.... 그 예리한 기지와 당당한 태도 때문에 그의 피부색은 전혀 장애가 되지 않았다. 자유로운 흑인은 노예와는 걷는 게 달라요. 그는 말했다. 백인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걸 곧바로 알아보지요. 뼛속에 새겨진 거라서
 
어떻게 그렇게 끔찍한 짓이 기쁨의 도구가 될 수 있었을까? 밸런타인 농장에서는 모든 게 반대였다. 일은 고통스러울 필요가 없었고, 오히려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었다. 체스터같이 밝은 아이는 몰리와 친구들이 그렇듯이 더욱 밝게 잘 자랄 수 있었다. 엄마는 딸을 사랑과 다정함으로 키웠다. 시저 같은 아름다운 영혼은 여기서라면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었고, 이곳의 다른 이들도 모두 그렇게 될 수 있었다... 이제 자유란 아름답고 귀한 무엇인가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었다.
 
이런 걸 왜 하세요. 코라가 물었다. 저희 모두를 위해서요? ㅡ 똑똑한 녀석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밸런타인이 말했다. 모르겠니? 백인은 그렇게 해주지 않을 거다. 우리 스스로 해야 해.
 
정의는 느리고 눈에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결국엔 언제나 참된 판결을 내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메이블
그녀는 돌아가야 했다. 딸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정도면 이제 충분할 것이다.
메이블은 자루를 집어 들고 주위를 가늠해 보았다. 이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 동트기 전에 대농장에서 누가 일찍 일어나기 전에 돌아갈 수 있으리라.
그 와중에 자루를 떨어뜨렸고 검은 물속에서 방향을 잃었다. 더 멀리 갈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보드라운 이끼 둔덕 위로 쓰러졌고 편안했다. 여기야, 그녀가 말했고, 늪이 그녀를 삼켰다.
 
북부
왜 그녀는 로열을 그렇게 오랫동안 밀어냈을까? 그녀는 그들에게 시간이 충분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기차가 내달릴 때 바깥을 보면, 미국의 진짜 얼굴을 알게 될 거야.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