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낯가림은 심하지만 낯선 곳을 좋아한다. 무턱대고 떠나는 것을 좋아한다. 예상치 못한 인연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인연이 이어져 좋.은. 사람들의 다양한 인생관이 내 인생과 만나게 될 때 무척이나 신난다. 그리고 서로 다른 인생에서 얻은 깨달음이 비슷할 때 묘한 쾌감을 느낀다.
나는 가을을 좋아한다. 가을 하늘을 좋아하고 가을 밤을 좋아한다. 높디 높은 가을 하늘을 고개를 들어 쳐다보면 가슴이 뻥 뚫린다. 가을밤에 바람맞으며 걷는 기분이 좋다. 마음은 싱숭생숭 한없이 나약해지는 나를 마주하지만, 그런 나와의 만남 괜찮은 것 같다. 선선한 가을 밤과 와인 한 잔은 너무나 낭만적이다.
여름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잔은 진짜 짱이다. 주위가 살짝 시끌벅쩍한 가운에 친구와 도란도란 얘기나누며 마시는 수제맥주 너무 좋아한다. 라이브 카페 좋다. 뒷골목 선술집도 좋다. 포장마차의 감성도 좋다.
나는 자연을 사랑하고, 걷는 것을 좋아한다. 한강에서 온몸을 휘감는 바람맞으며 걷다보면 하루의 모든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다. 걷다가 힘들면 벤치에 앉아 다른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한강과 고요한 풍경을 마냥 멍하니 바라보기도 한다.
따뜻한 물에 샤워하는 것이 좋다. 몸을 이완시키고 노곤한 기분이 좋다. 노천탕 좋아한다. 마사지 받는 것이 좋다. 늦잠자는 것이 좋다. 여유로운 시간이 좋고, 멍때리기 좋아한다. 때때로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비오는 날 흙냄새를 좋아한다. 비에 젖은 풀잎이 이쁘다. 비오는 날 창가에 앉아 멍하니 바깥을 바라보는 센치함이 좋다. 커피 내리는 냄새가 좋고, 집에서 밥 짓는 냄새가 나는 것이 좋다. 은은한 소나무 향이 좋고, 달콤한 로즈 향을 좋아한다.
시장이나 길을 걷다보면 옥수수 삶는 냄새가 좋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삶아주셨던 옥수수를 할머니와 방에서 맛있게 냠냠 먹었다. 옥수수 냄새는 할머니와 내가 있었던 추억의 장소로 여행하게 한다. 할머니 사랑. 너무 그리워서 눈물난다.
사람 온기가 좋다. 거실에서 들려오는 엄마와 아빠 말소리가 좋다. 명절에 친척들이 다같이 모인 시끌벅쩍함이 좋다. 사촌들과 만나 밤새도록 마시는 술자리도 좋고ㅋㅋ, 오랜만에 만나 나누는 친구들과의 대화가 좋다.
사람들의 웃는 모습, 웃음 소리를 좋아한다. 유머있는 사람이 좋고, 깔깔거리며 웃는 것을 좋아한다. 얼굴 한 가득 지어주는 미소는 마음이 따뜻해진다.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 엄마의 웃음이 좋고, 아빠의 웃음이 좋다. 가족들이, 할머니가, 고모가, 내 주변 사람들이 웃을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내 방을 이쁘게 꾸미고 정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은은한 조명을 켜고, 침대 옆에 향초를 피워두면 힐링된다. 편안하고 색감이 이쁜 소파를 좋아한다. 파스텔 색을 좋아한다. 연한 노랑, 연한 초록, 연한 파랑, 연한 보라, 연한 핑크..내 방은 아이보리와 노랑이 컨셉이다. 미니멀을 추구한다.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 그림을 좋아하고, 미술관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색깔의 조화, 색깔의 강렬함 좋아한다. 데미안허스트의 도트그림, 르코르뷔지에 건축과 가구, 앤디워홀 화려한 색감, 디터람스 심플한 디자인을 좋아한다.
철학을 좋아한다. 니체를 좋아한다. 라이브 강연 참석하는 것을 좋아한다. 인생의 과정에서 의미를 찾고 싶어한다. 나의 인생에 솔직하고 싶다. 나를 아껴주고 싶다. 나만큼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고, 이쁘게 사랑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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