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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노트/일상끄적

환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

by 꿀꿀달달 2021.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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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는 욕심이 많았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그런 욕구 때문에 공부는 꽤 잘했지만 자존감이 높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 누구보다 욕심이 많고, 하고 싶은 것이 많다 보니 내 감정을 표현하고,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드러내기를 수없이 시도했었다. 그렇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 생기면서, 표현하지 않는 편이 실망도 덜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사랑받기 위해 남들의 시선에 나를 맞추고, 남들의 칭찬에 따라 행동하는데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작은 부족함에도 자신감이 없어지고, 소심해지기도 했던 날이 많았다.

 

소심, 나 자신을 소외했던 시절

10대 시절의 나는 나 자신에게 관심이 없었다. 사랑을 많이 갈구했지만, 욕심이 많았고 많이 예민했던 나는 내가 원하는 충분한 사랑을 받는다고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나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었고, 나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몰랐다. 나보다는 주위에 사랑 많이 받는 친구를 관찰하며 그들을 따라해 보고,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나도 좋아해 보고, 그들처럼 하면 사랑받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나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주위 친구들에게 보여줄 '내'가 없었고,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는 일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친구가 많지는 않았다. 아니, 진짜 친구는 없었다. 사실 남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었으니까,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나'란 존재는 있었고, 그런 점에서 나를 좋아해 주는 친구들은 꽤 많았다. 하지만 나 스스로에게 나 자신은 편하지 않은 존재였고, 그런 '불편한 나'와 관계하고 있는 불편한 사람들이 친구로 있을 뿐이었다. 

 

방황, 불안정하고 미숙했던 시절

20대가 되어서도, '불편한 나'란 존재와 사람들과의 불편한 관계는 계속 연장선에 있었다. 하지만 달라진 점은 진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이 생기기 시작했고, 남들에게 맞추며 살아온 불편한 나 사이에서 갈등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10대 사춘기 시절을 남들과 다르게 평온한 상태로 지나온 것처럼 보였으나 나에게 사춘기는 20대 시절에 거칠게 찾아온 듯했다. 방황과 불안정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들에게는 잘 보여야 하는 10대 시절의 나란 존재가 크게 남아 있었고, 소심하면서도 이를 벗어나려 했던 행동이 너무나 어설프고, 미숙하게 나타났고, 치기 어린 마음으로 혼자서 외롭게 그런 나 자신을 변호하곤 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나를 벗어나려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넓은 세계를 보려고 악착같이 노력하고 시도했다. 또 그만큼 실수도 많이 하고, 상처도 크게 받기도 했다. 실수와 좌절, 절망의 시간을 수없이 경험하면서 나의 관점이 남들의 시선에서 나 자신으로 점차 옮겨졌고,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의 정체성은 많이 달라지고 있었다. 인생의 방향을 여러 번 바꾸게 되기도 했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의 개성, 삶의 방식, 성공하는 방식의 다양함을 보고 배우게 된다. 그러면서 나의 꿈도 커지게 되었다. 나를 잘 몰랐기 때문에, 그리고 세상을 보는 눈이 한없이 좁았기 때문에, 큰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기본을 채우는데 보내게 되었다.

 

처음 세웠던 목표를 포기하고, 인생의 방향을 바꾸었을 때 부모님의 반대가 정말 컸다. 처음으로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내 의지대로 결정한 사건이었다. 바닥부터 내 힘을 키워야 했기 때문에 계약직을 하며 경력을 쌓아나갔다. 당시에는 2년 단위의 계약직으로 채용되는 경우가 많았고 경쟁도 치열했기 때문에, 매번 힘들게 기회를 얻어 경력을 쌓아 나갔지만 계속해서 불안정한 직업을 가져야 했었다. 여러 번의 짧은 경력 때문에 쉽게 그만두고 일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개인적으로 속상한 부분이지만 그것이 그때는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도전, 불균형과 환상의 시절

30대까지 그렇게 경력을 쌓고 학업을 추구하며 능력을 키워가는 동안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그리고 과거의 나에 비해 미래의 나도 달라져 있었다. 과거 나의 결정때문에 오늘의 내가 매몰되지 않기를 바랐다. 계속되는 불안정과 이 일을 10년, 20년 후에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가 왔었고, 다른 누군가에 의해 대체될 수 없는 전문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정하게 되었다.

 

다시 또 인생의 전환점에 서게 되고, 도전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늦은 시작은 또다른 결핍을 가져왔다. 이번에는 부족한 경력이었다. 나이에 비해 부족한 경력. 맡은 업무는 많은 나이만큼 무겁게 주어지는데, 그에 따른 보상은 짧은 경력에 따라 충분하지 않게 주어졌다. 빨리 성장하고 인정받아 부족한 부분을 극복하겠다는 조급함이 생겼고, 그러기 위해 더 좋은 곳에서 인정받겠다는 욕심을 내게 된다. 그 과정에서 몇 번의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반복되는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나 자신을 거칠게 몰아넣었고, 그런 악순환 속에서 언제나 치열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기만 했다. 내일은 나아지겠지라고 되뇌며 막연하게 낙관적 미래를 꿈꾸었지만 환상일 뿐이었다.

 

나는 얼마나 대단한 성공을 상상하며 살아온 것일까, 30년 넘는 인생에서 왜 단 한 번도 만족하지 못하고 조급하게 살아왔을까, 그럼에도 실수와 좌절로 멈춰진 시간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하루하루 열심히 쳇바퀴를 굴리고 고통을 감내했지만 여전히 출발선에 서있는 기분이다. 나는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내가 한 선택과 살아온 방식이 잘못된 것일까, 그냥 인생을 잘못 살아온 것인가.. 멈춰있는 동안 종종 들었던 생각이다.

 

현실주의, 기쁨을 아는 몸이 되자

넘어질 때마다 불안한 마음, 우울한 마음을 걷어내기 위해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을 했었다. 많은 시련들이 분명 내 인생에서 이유가 있을거라고 위로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런 노력들이 첩첩이 쌓여서 조금씩 나를 알게되고, 삶의 태도가 바뀌는 특이점이 왔다는 생각이 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과 비슷하게, 그렇지만 의도치않게, 불안한 쉼의 시간이 왔는데 예전처럼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불안의 파도에 예전처럼 심하게 몰아넣지 않고, 내 모든 예민함을 주변에 티내지 않을 수 있었다. 오히려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려고 노력했고, 알기 위해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 시도해 보았다. 맛있는 음식을 해 먹어 보고, 투자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실행해보고, 내 주변을 정돈하고 멋진 공간으로 만들어보고, 책을 읽으며 생각을 전환하고 불안함을 글로 쓰다 보니, 하루하루가 꽉 채워지고, 나 자신이 풍요로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알 수 없는 나쁜 기분에 휩쓸릴 때도 있었지만 이내 평상심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간의 자신 없고, 신경질적이고, 이해받으려고만 하고, 만족을 모르던 나와는 분명 다른 '내'가 온전히 있었다. 놀라운 변화라는 생각이 스스로 들 정도였다.

 

그 변화 끝에 새로운 출발을 위해 나는 다시 서있다. 인생을 길게 보고, 속도를 지혜롭게 조절하면서, 오랫동안 끈기있게 해나가 보려고 한다. 삶에 지지 않고, 끝까지 버틸 것이다. 가끔 삶에 지는 날이 있더라도 단단한 내면이 나를 지켜줄 것이라고 이제는 믿는다. 삶을 온전히 느끼고, 인생의 순간마다 기쁨을 아는 현실주의자가 될 것이다.

 

 

세상의 많은 순간들이 지나 갖은 시도와 경험들이 인생의 선물이 될 수 있음을 확신 들게 했던 오은영 박사님과 김영하 작가님의 말을 옮겨 적어본다.

 

"감정을 제대로 느끼고 그 감정을 표현하고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나아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불편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좋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흥분과 격분은 안된다. 그리고 세상에 맞설 공격력을 길러라. 내 인생을 창조적으로 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된다. 자신감과 긍정이 생기고, 위축되지 않도록 운동으로 체력을 단련하고, 심신을 발달시켜라." -오은영 박사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사용하여 경험하고 글을 써라. 느낌의 데이터베이스가 풍부한 사람은 확고한 의견을 갖게 된다. 그러면 집단의 의견, 남의 의견에 크게 좌우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느꼈기 때문에 훨씬 강력하게 자신의 주장을 할 수 있다. 자기 경험, 감각 근육이 쌓이고, 자기 취향이 생긴다. 집단의 사고에 영향을 받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편하지만 위험하다. 공포에 크게 사로잡히고, 지나친 희망에도 쉽게 사로잡힌다. 남들 의견에 쉽게 사로잡히고 있지 않는지 계속해서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세상에 대해서 비관적 현실주의를 견지하면서 건강하고 확고한 개인주의를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단한 내면이 필수적이고, 이것은 감각과 경험을 통해 완벽하게 구축될 수 있다. 내가 해서 즐거운 것, 내가 해서 기쁜 것, 내가 해서 행복한 것으로 생각의 관점을 바꾸고, 남들이 침범할 수 없는 단단하고 견고한 내면을 구축하자. 그리고 느끼자. 기쁨을 아는 몸이 되자." -김영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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